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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만 내면 1억 빌려드립니다”…
문턱 낮아진 대출에 청년들 날벼락
‘청년 전월세지원’ 사기 속출
비대면심사 제도 허점 악용
“돈 빌려줄게” 청년들 꾀어
가짜 계약서로 보증금 대출
최근 이제 막 성인이된 A씨는 자칭 투자자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아 주면 돈을 불려서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듬해 청년전세자금 대출 사기 혐의로 소환 통보를 받고서야 자신이 사기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매일경제 2024.02.26. 기사 참조)
청년들을 허위 전세 임차인으로 사기대출
청년들을 허위 전세 임차인으로 내세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한뒤 이를 편취하는 범죄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수익금에 현혹돼 적극 가담한 청년들도 있지만, ‘돈 벌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별 생각없이 응한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일단 사기대출이 성사되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2001년생 여성 B씨에 최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시중은행에서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에 대출해주는 청년 전월세 지원 제도를 악용해 공범들과 1억원을 편취했습니다.
청년 지원대출 비대면 서류 심사과정 허점 악용
B씨와 공범들은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 비대면 서류 심사로 쉽게 이뤄지는 점을 노리고 가짜 임대인, 임차인을 모집한 뒤 마치 전세계약이 체결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는 수법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을 속였습니다. 이들은 실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계약금 영수증을 가짜로 만들어냈습니다.
범행은 △전세계약서 작성, 전세대출 신청 방법 안내·지시 △수익금 배분 △허위 임대인 모집(소위 매물실장) △허위 임차인 등으로 각각 역할이 구분돼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졌다. B씨는 이 중 청년전세자금 대출 적격자로 대출을 직접 신청하는 허위 임차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금융기관의 피해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전세자금대출 및 보증제도의 위축을 가져와 국민의 주거안정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어 그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허위 임대차 계약서로 청년 전월세자금 대출 신청
지난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도 브로커들과 공모해 전세 사기 대출로 5억원을 편취한 20·30대 청년 4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됐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습니다. 지난 15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한 프로 배구선수가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은행으로부터 청년 전월세보증금 1억원을 타낸 것이 적발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선수는 보증금 1억5000만원짜리 빌라 월세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계약서를 근거로 카카오뱅크에 청년 전월세자금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7월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허위 전세 계약서를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21억원을 대출받아 빼돌린 일당 40명을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과도한 청년 대출 제도 혜택이 사기꾼 먹잇감으로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년 전세 대출 문턱을 과도하게 낮추는 정책을 펼칠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1년 부동산 가격과 전세 시세가 오르자 당시 정부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 아래 전세자금 대출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만 19세가 넘는 청년이라면 직업이나 소득이 없더라도 최대 1억원까지 보증금 대출을 허용해줬습니다. 이 제도가 대출금을 노리는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것입니다.
청년 전세자금 대출 사기사건 다수를 맡아온 김용대 신후 공동 법률사무소 변호사 겸 변리사는 “2021년 대출이 이뤄지고 2년 만기가 도래하는 지난해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며 “제가 파악하고 있는 사건 기록만 수백 건이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갓 성인이 된 청년들이 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사기꾼 말을 믿고 보증금을 대출해줬다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감당을 할 수가 없게 된다”며 “허위 임차인으로 모집된 청년 중에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금융권에선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한 2021년 당시부터 사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파다했다고 합니다.
수사기관과 법조계에서는 형식적인 대출 심사 방지를 위해 비대면 대출 신청을 지양하고 임차인 실거주 확인 등 대출 심사 실질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결국 본인이 직접 들어가서 살지 않을 것이라면 대출 계약서를 쓰거나 대출 관련 업무 협조를 해주면 안 된다”며 “당연한 말이지만 갓 성인이 된 청년들 중에는 이 부분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청년들 스스로가 사기 공모범이 되거나 사기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먼저 주의 하셔야 하겠지만, 빠른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청년들을 위한 혜택이 도리어 청년들을 범죄자로 만들거나 피해자가 되게 만드는 도구로 쓰임받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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